김용현 초대전 <숨기다 & 드러내다-Conceal & Reveal>
김용현의 작품에는 다양한 자연 속 이미지의 흐릿한 형상들과 기억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정원’ (2005), ‘아버지의 정원-Memory’ (2007), ‘그곳을 기억하다’ (2013) 등. 어쩌면 이러한 유동적인 다양한 형상들은 기억이라는 기억에의 고착이 아닌, 기억의 가변성을 예시한다. 즉 기억의 그물망이 새롭게 출렁일 때마다 그 결점이 변화하듯 기억을 이루는 연결고리들은 헐거워지면서 재배치된다. 또한 긴 호흡 속 형상들 속에서 보여주는 화면 구성은 아마도 색의 다양성을 쌓아올리는 서양화의 전형적인 방식과, 여백의 공간미 드러내듯 보여주는 선과 색감이 동양화의 느낌을 주는 요소이다. 어쩌면 이러한 표현력은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고되고 거친 삶을 살아가는 욕심 많은 현대인들의 리얼리티 한 풍경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의 시선을 확대하면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 실존의 본질적인 물음과 무관하지도 않다. 그러기에 그의 인간의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상황들을 향한 김용현 풍의 표현력은 나름의 커다란 임팩트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김용현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소재들을 작품으로 표출하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작품 속 이미지를 통해 보이는 것 너머의 미지의 세계로 안내를 한다. 하지만 변함이 없는 것은 그 시작점과 끝점은 바로 현실이란 점이다. 기억이나 추억이라는 주체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또한 쉼 없이 지속되는 다양한 시도는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통합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어쩌면 김용현 스스로는 ‘왜 인간들아 그것을 보지 못하느냐’라는 역설적인 항변이기도 하고, 이미 알고 있는 정답을 확인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관객으로 그의 해설에 귀를 기울일 따름이다. 그리고 김용현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또 하나의 기쁨으로 다가온다.
-전시 서문 중
전시 기간:
2023.3.1 -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