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숙 한주은 금영보 <새해맞이 3인전>


암각화에서 보이는 ‘각인된 선(線)’은 깊은 원초적 생명감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어떤 평론가는 그어진 선이 아닌 ‘각인된 선’에 대한 나의 집착을 ‘완벽함의 추구’라 풀었는데, 그 건 ‘영원’을 꿈꾸며 살아온 나의 성향을 살펴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듯 보였다.

 

당시 동굴벽화나 암각화의 생명감에 빠져있던 내게 ‘분청’은 좀 더 가까이 우리의 감성으로 다가왔고, 이내 1992년부터 한지의 섬유질을 통해 찢겨진 선과 흙이나 돌의 질감을 바탕으로 ‘생명 순환의 이야기’를 담은 풍경의 단면을 표현하고 있다.


-이기숙 작가노트 중-



...실제로도 서툴고, 어수룩하게 보이면서 전혀 꾸밈이 없는 금영보의 작품은 살가움과 친근함이 우선한다. 질박한 색채, 익살스럽고 소박한 이미지, 장난기 가득한 호랑이와 우스꽝스럽게 생긴 말, 무심한 듯 놓인 까치며 오리의 형상도 형상이거니와 그 형상들의 취하고 있는 모습에서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물의 묘사에 선행되는 서술형 구조는 우리를 작품 자체와 마주하게 한다...


...금영보의 많은 작품들에서 알 수 없는 공감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실상 ‘재현’으로서의 예술이라는 리얼리즘에 귀속되는 것도 한 몫 하지만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 시간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이미지들, 한국민의 익숙한 조형적 근간을 읽게 하는 한국인의 미의식과 정서에 침투하는 탓도 작지 않다. 특히 우리 정신과 마음속에 면면히 흘러온 미적 기질이 그의 낱낱의 작품들과 교배된다는 것이야말로 공감과 공유의 이유이다.


-홍경한, 금영보 평론 중-



북유럽의 작은 골목에서 만난, 소박한 오브제들과 풍경은 나의 시선을 잡는다.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한국적인 요소들과, 나의 기억들은 도자기에 남겨진다.


고민이 많을때에는 그 답답한 마음을 작업으로 해소한다. 물레앞에 앉아, 잡생각이 나지 않도록 일부러 아주 얇게 만든다. 끊임없이 흙을 깍아, 최대한 가볍게 만든다. 이렇게 만든 도자기. 그 위에 그림도 빼곡하게 그린다. 하얀색의 도자기는 나만의 캔버스이다. 하얀 캔버스위에 빽빽하게 무한 반복하며 그려나가는 패턴들은 나를 무념무상으로 이끈다. 이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 행복한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도 같이 즐겼으면 한다.


-한주은 작가노트-





전시 기간:

2023.12.15 - 2024.1.30